본문 바로가기

작사(가사)

(16)
밑바닥 인생(2018.1.23) 1 나는 반 지하에 숨쉬며 산다. 반은 땅 위에서 반은 땅 밑에서 나는 밑바닥에 숨 쉬며 산다. 그러는 내가 자랑스러워 오 내가 사는 집은 나무 밑동처럼 일층 이층 삼층을 업고 산다 내 집이 있어 일층 이층 삼층은 태풍도 견디기 지진도 이긴다 나는 한 번도 텔레비전에 안 나오지만 높은 사람 나오면 가슴 뿌듯 해 줄기처럼 가지처럼 높은 사람 모두 내가 업어 키운 것만 같아서 우 2 나는 반 지하에 일하며 산다 반은 땅 위에서 반은 땅 밑에서 나는 밑바닥에 일하며 산다 그러는 내가 자랑스러워 오 내가 사는 일은 나무 밑동처럼 줄기도 가지도 업어주는 것 내가 있어 높게 자란 가지들은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나는 한 번도 텔레비전에 안 나오지만 고운사람 나오면 마음이 설레어 꽃저럼 열매처럼 고운 사람 모두 ..
꽃을 든 여자(2018.1.6) 눈 내리는 새벽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 꽃을 든 그녀의 손은 눈처럼 하얬네 눈을 털며 버스에 오른 그녀가 옆자리에 앉았네 꽃을 받아든 것처럼 내 마음 환해졌네 버스가 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느낄 수 있었네 내게 기댄 그녀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다는 걸 눈물방울이 손등에 떨어져 내 마음도 뜨거워졌네 창밖은 하얀데 추모공원 가는 길 검은 넥타이처럼 까맸네
계단참(2018.1.5) 사랑했다는 말 믿지 않아 회고록은 삶의 변명이니까 계단에도 참이 있어 끼니 중간에 먹는 참처럼 나는 너에게 참이었어 계단을 오르다 잠시 쉬어가는 살다 보면 내리막길도 있어 그러길 바라진 않지만 내리막길 걷다 보면 내가 그리워질지도 몰라 그땐 편히 쉬어가도 좋아 나는 계단참이니까 하지만 너무 늦진 말아 니 자리가 없을 수 있어
북어(2018.1.22) 무엇을 사고 싶어서 돈을 입에 물고 있나 허공에 홀로 매달려 야위어 가는 저 북어는 처음부터 내 것 아닌 너의 맘 하가 얻으려고 나만 홀로 야위어 가는가 허공에 매달린 저 북어처럼 계절은 바뀌고 또 바뀌어 먼지 낀 몸 삭아 내리는데 돌아오지 않는 임 기다려 슬픈 눈을 감지 못하나 북어가 묶인 명주실이야 가위 하나로 끊을 수 있지만 무엇으로도 끊을 수가 없네 슬픈 내 마응 묶어버린 그리움 계절은 바뀌고 또 바뀌어 먼지 낀 몸 삭아 내리는데 돌아오지 않는 임 기다려 슬픈 눈을 감지 못하나 북어가 묶인 명주실이야 가위 하나로 끊을 수 있지만 무엇으로도 끊을 수가 없네 슬픈 내 마음 묶어버린 그리움
나비야 집에 가자(2018.1.4) 나비야 집에 가자 바다 구경 그만 하고 이렇게 햇볕 좋은 날엔 하늘 높이 날아 보자 책가방에 핸드폰 고리에 리본으로 걸린 노란 나비야 양복 윗주머니도 자동차 유리도 너 앉을 곳 아니야
드라이플라워(2018.1.3) 가만히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것 같은 그리움 향기마저 말라버려 눈으로만 바라보네 세월은 늙어 가지만 색깔은 그대로인 그리움 액자에 담긴 사진처럼 창가에 고이 두고 가네 우리 서로 먼 곳에서 세월 따라 늙어가지만 퇴색하지 않는 마른 꽃처럼 변치 않을 내 사랑
현장검증(2018.1.2) 1 첫사랑 그녀가 산다는 대명시장 서성이다 내 이름과 같은 간판이 걸린 식당엘 들어갔네 밥 먹으러 온 손님처럼 밥을 시켰더니 늙어버린 첫사랑이 밥을 차려 주었네 먹는 둥 마는 둥 계산대로 가 주인남자한테 물었더니 간판의 주인은 다름이 아닌 아들놈이라 하네 2 첫사랑 그녀 소식 궁굼해 안 나가는 동창회 나가 내 이름을 딴 식당을 차렸다는 그녀 소식 들었었네 손님처럼 밥 먹는척 눈치를 살피는데 늙어버린 첫사랑이 왜 이제 왔느냐 눈짓을 했네 먹는 둥 마는 둥 계산대로 가 주인남자한테 물었더니 아들놈 이름은 다름이 아닌 아내가 우겨 지었다 하네 *홍정순 시인의 시에서 시제와 시상을 빌렸음
물수제비 노래 들어보세요. https://youtu.be/tcProZbqR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