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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꼭 건져내라던데… 너구리는 왜 그냥 먹을까? [주방 속 과학]

따따옹이 2023. 6. 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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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를 낼 때 사용하는 식자재인 다시마는 물이 끓기 전 빼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꽤 유명한 얘기다. 다시마를 포털에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로 '다시마 건져내는 이유'가 뜰 정도다. 그런데 다시마를 넣는 대표 라면인 '너구리' 뒷면 조리법을 살펴보면, 다시마를 빼라는 말이 없다. 다시마, 안 빼도 되는 걸까?

다시마 안 빼면, 국물 끈적해지고 떫은맛 나
결론부터 말하면 빼는 게 낫다. 다시마에는 알긴산(alginic acid)이라는 천연고분자 물질이 들어있다. 이 성분은 물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쉽게 양이온을 띠는 물질과 이온 결합을 해, 국물이 젤 같은 물성이 나타나게 한다. 온도를 높여주면 반응이 더 빨라진다. 끓이면 끓일수록 국물의 점성이 커지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유현일 연구사는 "끓일수록 세포가 파괴되며 알긴산이 많이 나와 국물이 더 끈적해진다"며 "매우 오래 끓이면 이론적으론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라는 성분이 용출돼 음식 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다시마로 육수를 내는 이유는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이 성분은 친수성이라 다시마를 물에 넣으면 바로 용출된다. 가장 효과적으로 다시마를 이용하는 방법은 전날 저녁 물에 다시마를 담가 글루탐산이 충분히 나오도록 한 뒤, 다음 날 육수를 끓일 땐 다시마를 뺀 물만 가지고 요리하는 것이다.짧게 끓일 땐 괜찮아
그런데 왜 너구리를 조리할 땐 다시마를 안 빼는 걸까? 농심 관계자는 "너구리는 5분 정도만 끓이면 돼 다시마로 맛이 나빠지진 않는다"며 "연구를 통해 최적의 맛을 찾은 것으로, 다시마를 안 빼도 맛있다"고 말했다. 맑은 국물이나 탕은 다시마로 점성이 생기는 게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라면, 찌개 등은 오히려 점성을 높이기 위해 다시마를 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대로 요리한 다시마는 당연히 먹어도 된다. 다시마 자체에 여전히 칼륨, 철분 등 영양소가 남아있다.

버섯, 멸치 함께 넣으면 감칠맛 상승효과 나타나
한편, 다시마로 육수를 낼 때 멸치나 버섯을 함께 우려내면 감칠맛이 배가 된다. 감칠맛은 다시마처럼 아미노산계에서 유래되기도 하지만, 흔히 DNA·RNA라고 불리는 핵산계에서도 유래된다. 아미노산계와 핵산계, 이 두 가지 감칠맛 성분이 함께 만나면 상승작용으로 감칠맛이 더 진해지는데, 멸치나 버섯에 핵산계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특히 버섯 중에선 표고버섯과 만가닥버섯에 감칠맛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이슬비 기자 ls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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