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변기 물 내릴 때 튀어 오르는 비말 첫 시각화 제시
“초속 2m로 분출돼 8초 이내에 1.5m 도달…천정까지 튀어”
“작은 입자, 공중에 수분간 떠다니기도…공중화장실 더 심각”
앞으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변기 물을 내릴 때에는 반드시 뚜껑을 꼭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비말(물방울)들이 튀어 오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 과학실험 영상을 통해 확인이 됐다.
변기 물에서 나오는 비말은 대장균과 노로바이러스 등 다양한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60여 년 전에 확인됐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CU Boulder) 공학 연구팀은 8일(현지시간) 변기 물을 내릴 때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비말의 속도와 확산 범위 등을 분석한 결과와 영상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북미지역의 공중화장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뚜껑 없는 실린더 플러시 형 변기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변기에서 나오는 비말을 녹색 레이저를 사용해 시각화했다. 두 대의 레이저로 변기 위를 조사해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비말의 속도와 방향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비말은 초속 2m로 분출돼 8초 이내에 1.5m 높이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말 중 무거운 것은 수초 내에 표면에 가라앉지만, 5㎛(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보다 작은 입자는 공중에 수 분간 떠다니기도 했다.
비말은 주로 위로 분출돼 뒷벽 쪽으로 향했지만, 천정까지 오른 뒤 앞으로도 확산했다.
이 실험에서는 대변이나 휴지 등은 적용하지 않았고, 화장실 칸막이나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공중화장실 환경에서는 비말 문제가 더 악화할 것으로 연구팀은 예측했다.
연구팀은 화장실 변기가 배설물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런 목적과는 정반대로 많은 내용물을 밖으로 내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논문 제1저자로 ‘생태 유체역학 랩’을 운영하는 존 크리말디 교수는 “사람들이 화장실 변기에서 비말이 분출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본 적은 없다”면서 “이번 연구는 변기 물의 비말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분출되고 확산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동영상을 한번 보면 이전처럼 변기 물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지만 공중보건과 배관 전문가들이 환기시설이나 변기 설계 등 공중화장실에서 병원균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할 방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